2022 SOLO EXHIBITION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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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ear My Disaster
Dear My Disaster
Dear my disaster
-겨우살이와 해일이야기
나는 아마 날 때 눈꺼풀에 어미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보았나 보다. 조류는 날 때 가장 처음 본 것을 어미라 여겨 그토록 따른다 던데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가장 나중에 서야 어미를 사랑할 줄 알게 되었으니. 내 눈에 비친 건 어미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었나 보다. 그러니 나는 본디 사람을 사랑하게 났다. 타인을 미워할 수 없게 태어난 사람. 태생은 거스를 수 없다. 그렇기에 아무리 겪어도 항상 다른 이를 어여삐 여겨 사랑스러움에 마냥 입매를 비비는 것이다. 손에 쥔 게 무에 쓰이는 거던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. 그 손에 쥔 것이 내 이 두 뼘 안 되는 조그만 가슴을 뚫는다 하여도 태생은 거스를 수 없으니.
내 어미도 신화의 부녀처럼 그랬나 보다. 가장 연약한 이에게는 내 아이를 죽이지 마소서 청하지 못했나 보다. 사람은 고통을 비교한다. 나의 어떤 고통도 어미의 출산에 비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나보다. 그러나 나는 쉬이 죽었다. 겨우살이가 나를 쉬이 죽였다. 나는 그렇게 내 목을 쥔 손에는 아양을 떨고 칼을 쥔 자에게는 웃는 이가 되었다. 그리고 그 겨우살이가 당신 아이의 가슴을 뚫는다. 아 어미라고는 어찌 알았으랴, 고작 비천한 그것이 자신의 아이를 해할지 라는 것을. 그러나 어미마저 모르는 것은 나는 내 가슴을 뚫는 겨우살이 마저도 사랑한다는 것이다. 비천한 겨우살이마저 사랑하여 나는 매번 가슴을 뚫리고 눈물 흘리며 아파한다. 그것이 내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인 것이다.
재난이 또 지나간다. 이번 파도가 지나가면 다음 파도는 언제 오려나. 서두르지말고 천천히 오렴. 나는 흩어진 내 살점을 주워 듬성듬성 빈 가슴에 채워 넣는다. 겨우살이가 가슴 군데군데에 박히어 많이 채우지 않아도 된다. 평생을 앓고 살아갈 짐이다. 박힌 이것을 질책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. 가슴에 들인 순간부터 뿌리를 내렸기에 뽑는 것이 더 아둔한 걸 이제는 잘 안다. 질책하는 만큼 바뀌는 것은 없고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며 다음 해일이 오면 내가 무너져 버린다는 걸 알았다. 그러니 이 겨우살이도 사랑해야 한다. 다음 해일에도 무던히 살아남아야 한다.